<잭 런던의 조선사람 엿보기>는 <강철군화(The Iron Heel)>의 작가인 잭 런던(Jack London,1876~1916)이 1904년 러일전쟁 종군기자로 참여하며 겪은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제3자의 눈으로 당시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윤미기 씨는 불어본인 <La Corèe En Feu>을 번역했다고 밝히며 영어본은 구할 수 없었다고 하니 귀한 자료임에 분명합니다.
백여년 전의 조선과 현재의 헬조선은 얼마나 다른 모습일까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빠른 시간 내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눈치만 보느라 행동에 나서지 않는 민초들, 중간에서 해먹는 약삭빠른 장사치들, 이를 모두 수탈해가버리는 관료 등 책에 등장하는 모습을 보면 묘하게 현재와 오버랩 되어 아직도 이 사회의 구조가 구한말이나 일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2008년 2월 10일, 숭례문이 불탔습니다. 한 노인이 고의적으로 문화재에 불을 낸 것입니다. 얼마 전 촛불집회를 마치고 숭례문 앞을 지나는데, 예전과는 다른 그 모습에 마음이 착찹해졌습니다. 사건이 있던 당시 그 안타까움을 표현하려고 무대에서 숭례문의 화재를 주제로 즉흥연주를 펼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불완전한 연주였기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정식으로 곡을 지어주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벌써 8년도 더 지난 그 날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화재 바로 다음 날 광화문에 미팅이 잡혀있어 지나는 길에 버스에서 내려 숭례문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너무 놀라 정신이 나갔던 모양인지, 사진을 담다가 바보같이 약속에 늦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늦어버렸으니 비즈니스가 잘 되었을 리는 없지요. 지금 돌아보면 중요한 자리는 아니었습니다만.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 '숭례문이 전소되면 도읍과 국가 전체에 운이 다한 것이니 멀리 피난을 가야하며 나라는 쇠망하고 그 이치는 만방에 퍼질 것이다.'라는 정도전의 예언이 돌았는데, 결국 근거없는 루머로 밝혀졌습니다. 루머로 밝혀졌지만 그런 소문이 돈 것은, 당시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들에 사람들의 상실감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의한 각종 국정농단이 드러났습니다. 광화문에 백만이 넘은 사람들이 모여 촛불시위를 통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국정조사와 이번 사건에 대한 특검이 준비되어 있고, 국회에서는 탄핵소추안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모두의 마음과 노력이 헛되지 않게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고, 대한민국이 새롭게 나아갈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숭례문이 불타면 나라가 망한다' - 아직도 구한말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는, 낡아빠진 사람들의 나라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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