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첫 날
어떤 선생님과 1년을 함께 할 지 궁금해하고 있던 차
교실 앞 문이 드르륵- 열리며 미간을 찌푸리고 다소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새 담임선생님이 등장하셨습니다.
'아- 망했다. 고달프겠구나.'
그 분에 대한 저의 첫인상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분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시며 키 순서대로 아이들을 줄 세우셨습니다.
그 때 여러 번 강조하여 외치던 말씀이 있었는데
"약삭빠른 여우 보다는 곰이 나아!" 였습니다.
너무나 화난 목소리로 소리치셨기에 '무서운 선생님 만났구나.'라고 생각하며 겁이 나 오들오들 떨던 기억이 납니다.
지나서 생각해보면 그 것은 그저 첫 날의 기선 제압이었을 뿐
그렇게 좋은 선생님이 따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칭찬받아야 할 일과 벌 주어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셨기에
학급의 아이들은 큰 불만 없이 선생님의 가르침에 잘 따랐던 것 같습니다.
저는 시원하고 넓은 이마 덕에 선생님으로 부터 '백만 불짜리 이마'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생김새대로 '동글동글하게 살아라'는 가르침도 받았지요.
정직하지 못하거나 약속을 어기는 일은 무척 호되게 꾸짖으셨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 하나하나가 그 이후 저의 삶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그 이후 겪게되었던 많은 어려움을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겨낼 수 있게 해주었지요.
그 때 저는 살이 잔뜩 올라 동글동글한 얼굴이었습니다.
게다가 어머니 등쌀에 아침마다 머리카락에 무스와 스프레이를 잔뜩 먹여 2:8 가르마로 이마를 훤하게 드러냈기에
마치 홍콩 영화에 나오는 퉁퉁한 부잣집 도련님 같은 인상이었습니다.
학업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한 데다가 학급임원직도 맡았기에
그 때에는 못 느꼈지만, 다른 아이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했을지 지금은 대충 짐작이 갑니다. (ㅋㅋㅋ)
저는 대체적으로 충돌이나 다툼을 싫어합니다.
말 그대로 모난 구석 없이 '둥글둥글'합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펑크록밴드에 멤버로 들어갔다는 소식에 저를 알고 있던 분들은 모두 의아하게 여겼더랍니다.
그런 것만 봐도 애초에 똘기 가득한 펑크(Punk)와는 들어맞는 구석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당시 저에게는 꽤나 괜찮은 기회였습니다. 또래의 아이들이 겪을 수 없는 재미있는 일도 많았지요.)
저는 두리뭉실한 사람입니다.
권모술수 같은 거 애초에 두뇌에 탑재되지도 않은 사람이기에
그런 짓 하면 수습도 못하고 어설프게 욕만 많이 먹을 것이 뻔합니다.
그리고 쪼그라들어 떨고있는 심장 덕에 매일 밤 잠을 못 이루겠지요. (AAA형)
그런 저에겐 정직 만큼 금쪽같은 가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한 때에는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혼란스러워 했던 적도 많지만, 마음 가는 곳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정직하지 못한 일을 했을 때에는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용서를 구할 것입니다.
약삭 빠르게 머리 굴리며 사느니 조금은 멍청하고 고지식하게 살렵니다.
왜냐하면 저는 밤에 편히 자고 싶거든요. ^ㅅ^)m
별 다른 이유는 아니에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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