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nolog

누군가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는 것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 19.
작업실 근방에 햄버거집이 하나 있다.
작업실이 다소 외진 골목에다가 언덕 위에 있어
식량조달(?) 다소 어려워 가까운 이 햄버거집를 종종 이용한다.

처음 갔던 때였던가?

"혹시 ○○나오셨나요?"
라며 내 출신학교를 묻는다.

"네, 어떻게...?"
"성함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제가 합창부였거든요. 그 때 피아노 치시던 분이셨죠?"
"아, 네!"
"저는 한 학년 아래였고..."

이야기를 하며 환하게 웃는 그 후배님의 얼굴을 보니
'뜨거운 물을 부으면 자라나는 물수건 처럼' 기억이 되살아난다.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웃음이다.
그 때도 웃는 얼굴이 그렇게 밝았었다.
순수함이 묻어나오던 그 때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너무나도 즐거웠던 학창 시절이었고
그 시절의 사람이 나를 기억해주니 절로 기분이 좋아
나는 하나라도 더 팔아주고 싶어 일부러 술자리를 그 곳에 잡기도 한다.

그러면 후배님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서비스로 더 내어 준다.
미안해하면 그 후배님은
"제가 제일 좋아하던 선배님인걸요."
라며 또 웃는다.

"지금도 음악 하세요?"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피아노 치는 시늉을 하며 후배님이 말한다.
"네, 활발하지는 않지만^^"


누군가의 기억에 좋은 인상으로 남았다는 걸 알게되면 마음이 뿌듯하다.
'내가 헛살지 않았어.', '맞아, 내가 그런 시절도 있었지.'
라는 생각과 더불어 부족해진 자존감 회복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

기억해주시는 후배님이 있어 너무 감사하다.
더불어 앞으로도 항상 다른 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고싶다는 욕심도 부려본다.
'그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일일이 좋은 인상만 남기느냐'라는 말이 있더라도 말이다. ^^

'mono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남과 헤어짐의 때(時)  (0) 2012.02.23
어머니와 명동데이트  (0) 2012.02.12
따뜻하며 인간미 넘치는 쇼팽 연주  (0) 2011.12.11
이 노래는 사랑 노래가 아니지?  (0) 2011.12.05
걱정  (0) 2011.11.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