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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

관객의 썩은 표정

by moonyong 2025. 7. 21.

공연할 때 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썩은 표정으로 날 쳐다 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관객을 만족시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라는 생각의 벽에 부딪히고 아주 큰 상처를 입곤 했다. 게다가 입을 벌린 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기끼지 하면 그 상처는 더욱 깊었다.
그런데 그렇게 오랫 동안 나의 자존감을 짓밟은 그 표정의 정체를 먹방때문에 뒤늦게 깨닫게 됐는데, 다름아닌 '진심의 미간'이라는 자막이었다. 아, 짜증 섞인 듯 잔뜩 찡그린 저 표정은 사람이 못 볼 걸 봤을 때의 썩은 표정이 아니라, 진심으로 꽂혔을(?) 때의 표정이구나!
이래서 사람의 마인드가 포지티브한 게 중요하다. 난 줄곧 그들이 나를 향해 대놓고 모욕을 주는 줄만 알았다. 썩은 표정도 감탄의 한 종류인 걸 내내 모르고 살았다니, 칭찬에 인색한 가풍도 아마 한 몫 했을 것이다. 먹방이 유행하기 시작할 무렵, 뒤늦게나마 오해가 풀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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