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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

아이폰X 배터리 교체: 애플스토어 방문 예약과 애정어린 쓴 소리

by moonyong 2025. 7. 17.

사용하던 아이폰X 배터리를 교체하려고 애플스토어 예약 후 방문하였다.
배터리 성능 최대치가 64 %까지 떨어진 것인데, 일반적으로 80 % 이하로 떨어지면 기기 성능을 위해 교체하는 게 옳다.
이렇게나 버티지 말라는 얘기다.

애플스토어 예약은 아래 링크에서 가능하다.
https://support.apple.com/ko-kr/iphone/repair/battery-replacement

iPhone 배터리 교체 - Apple 지원 (KR)

전력이 부족하신가요? 가까운 Apple Store 또는 공인 서비스 제공업체를 방문하시면 iPhone 배터리를 교체 받으실 수 있습니다. 보증 유형에 따른 관련 비용을 확인해 보세요.

support.apple.com


아이폰X을 들고 애플스토어를 방문했을 때의 반응은 95년형 아반떼를 끌고 블루핸즈에 등장했을 때의 반응과 대체로 비슷하다. 처음엔 '뭐 이런 해묵은 고물을 끌고 나타나냐?'라는 식의 반응인데, 외관도 양호하고 배터리 외에는 기기 성능에 문제가 없어 보이니까 '아직도 잘 굴러가다니, 신기하네?'라는 듯 반가움과 추억이 버무려진 느낌의 반응이다.
아무튼 배터리 성능 64 % 정도는 접수 받는 사람도 화들짝 놀란다.

예약한 시각에 방문해 접수했다. 백업 확인, 데이터 손실 책임회피 동의, 정보를 좀 보겠다는 것 등에 동의하면 접수가 된다.
배터리 교체는 약 55 분 정도 소요가 예상되니 그때 신분증을 지참하고 방문해 달라고 한다.
신분증 지참을 잊지 말자!

서비스 접수를 하고 매장을 둘러 보았다. 아이폰16 시리즈를 만지작 만지작거리니 직급 좀 있어 보이는 분이 말을 걸어 오신다.

"아이폰을 고를 때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세요?"
(그 시점에 마침 무게를 비교하고 있었다.) "무게와 휴대성?"

몇 마디 오가다 보니 아직 아이폰X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히게 되었다.

"아직 아이폰X 사용하시는 이유가 뭐예요?"
(일단 사용에 문제가 없다.) "아직 바꿀 필요를 못 느껴서요."
"아이폰X, 잘 만들긴 했죠. 혹시 옛날 감성의 사진을 좋아하세요?"
"아니요. 홈 버튼을 못 버려서 아직 아이폰8을 쓰는 친구도 있는 걸요?"
"아이폰16e는 어떠세요? 가장 최근에 출시된 거예요."

아이폰16 시리즈를 만져 보니 '아직 바꿀 필요가 없다'기 보다는 '아직 세상에 내가 원하는 게 없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어떤 건 기능이 너무 부족한데, 기능이 있는 건 너무 크고 무겁다. 물론 절충안도 있지만 특별히 원하는 제품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양심도 없다. 스마트폰은 엄밀히 말해 비싼 기기다. 멀쩡한 제품을 어떤 이유로 맘에도 없는 최신 기기로 바꾸란 말인가?
특별히 과시욕 있는 사람은 아니라서 최신 스마트폰을 쓸 이유도 없다. 그냥 나의 필요에 부합하는 기기를 찾을 뿐이다.
내가 찾던 바로 그 완벽한 궁극의 제품도 아닌데, 굳이?

스토어 내부에 잔뜩 고인 느낌이 가득하다. 인류의 변화를 이끈 혁신의 아이콘은 어디 갔나?
지금의 아이폰은 군더더기 가득한 아재폰에 가깝다. 우리가 아이폰을 사랑한 이유가 그건 아닐 것이다.

간결함 속에 수많은 의미를 담아낸 철학에 감탄하고 동조했던 게 아닌가?
잔가지를 모두 쳐낸 단 한 번의 유의미한 움직임을 사랑했다.

"혹시 새로운 아이맥 출시 계획은 없나요?"
('출시 계획'이 잘 안 들렸나 보다.) "아이맥은 2층 안쪽에 있어요."
"아이맥 27인치를 기다렸는데 안 나오더라고요."
"맥 미니에 디스플레이를 연결해 쓰시는 방법도 있어요. 이동이 잦은 영상 작업자 등등 그렇게 써요."
"네, 그럼 맥 미니도 고려해 보겠습니다."

아직 2019년 아이맥 27인치를 쓰고 있다. 원래 10 년을 쓰려고 산 것이니 절반을 넘어가는 중이다.
이 계획을 흔들기 시작한 건 M2 아이맥,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27인치는 출시해 주지 않더라. 어느 덧 M4까지 나왔다.
이렇게 된 이상 10 년을 채워 사용하려던 본래 계획엔 전혀 차질이 없다. 널찍하고 쾌적한 화면을 포기할 이유가 아직 없다.
비슷한 비용이라면 매끈한 아이맥 한 대가 들어오는 것과 맥 미니와 디스플레이 조합을 들이는 건 아무래도 느낌이 영 다른 법이다.

아이폰X 배터리 교체는 실제론 25분 정도 더 걸렸다. 그러니까, 대략 80분 소요.
신분증 확인 후 아이폰을 돌려 받았는데, 배터리 성능은 100 %로 돌아왔으나 충전량은 3 %에 불과했다.
보통 완전히 충전해서 돌려 주는데, 바로 픽업하는 일정이라 충전을 못했다고 한다. 아니 그럼 첨부터 내일 오라고 하던가 ㅎ
배터리 재고가 오래된 탓에 방전된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 유물같은 케이블이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 무선충전은 영 더딘 걸

아이폰X은 아이폰 10주년 기념 모델로, 2017년 하반기 출시 제품이니 생각보다 오래된 제품이다. 몇 년 후면 아이폰 20주년을 맞이하는데, 초반 10년의 변화보다 그 이후 10년의 변화가 더 초라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폰이 시간이 흘러 잔뜩 고여버린 아재-폰이 되어버린 걸 확인하니 영 씁쓸하다.
하지만 나는 아직 아이폰을 떠나지 않는 사람이니, 이게 다 애정어린 쓴 소리 아니겠는가?

심플하고 가벼우면서도 다 되는 게 대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아직 없을 뿐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때 모두가 환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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