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택배박스로 가득찬 사진 하나를 올렸다.
구매 후 뜯어보지도 않은 박스란다.
이미 방 하나를 가득 메울 정도인데 그게 그만큼이란다.
문득, 세상에 소비할 것들이 넘쳐난다고 하는데
우리가 과연 제대로 '소비'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돈을 주고 물건을 사면서 우리는 '소비'한다고 하지만
사실 물건을 사는 행위까지는 '구매'이다.
구매한 물건의 가치를 내가 제대로 향유해야 '소비'한 것이다.
그 물건의 쓰임새에 맞게 사용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지갑에서 돈만 나갈 뿐이다.
예를 들면 책을 샀으면 끝까지 읽는 게 소비다.
식사를 주문했으면 가능한 한 남기지 않고 먹는 게 소비다.
왓챠든 넷플릭스든 구독했으면 매달 구독료만 납부할 게 아니라
무엇이든 검색하고 챙겨 봐야 소비다.
가끔 쓰임새가 엉망인 물건들이 있다.
애초에 만들 때부터 쓰임새 있게 만든 물건인가 의심되는 것들이다.
가격을 저렴하게 낮춰 어마어마한 양으로 팔아대는 물건이지만
정작 구매해 사용해 보면 얼마 가지 않아 망가져 제 역할을 못하거나
애초에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도 꽤 있다.
제품을 만들면서 실사용을 해 봤는지 모르겠는 태생부터 쓰레기인 물건들 말이다.
'구매'를 했으면 물건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소비'를 하자. 그것이 그 물건에 대한 예의이다.
'소비'할 수 없는 물건은 애초에 '구매'하지 말자. 그래야 그런 물건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지구와 자원에 대한 예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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