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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

이 지긋지긋한 수족냉증

by moonyong 2015. 2. 26.

피아노를 연주할 때에는 주로 손을 사용합니다.
아니,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은 아니지요.
신체의 모든 것들이 손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결정됩니다.
피아노를 연주하기 위해 자세를 잡고 호흡을 조절하고 힘을 분배합니다만
최종적으로 건반에 맞닿아 연주를 하는 것은 손이기에, 손이 가장 중요합니다.

보통 길지 않은 손가락을 가진 것을 피아노를 연주하기에 좋지 않은 조건으로 꼽습니다.
하지만 매우 작은 손으로도 어려운 테크닉을 소화하시는 분을 직접 뵌 이후로
손가락이 짧은 것은 핸디캡이 아니라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90cm의 거장 미셸 페트루치아니,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등
어려움을 극복한 피아니스트들이 존재하기에
그깟 손가락 길이를 불평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 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하여도 저에겐 피아니스트로서 쥐약과도 같은 악조건을 지니고 있는데
스스로 '겨울왕국' 엘사와 같은 얼음 마법 능력을 숨기고 사는 것은 아닐까 착각을 불러일으킨 그거슨 바로 

'수족냉증'입니다.


단지 수족냉증이라는 이유로 마을을 떠나 홀로 살아야했던 엘사……는 무슨

가을과 겨울에는 맨손으로 잠시만 바깥에 나가도 손발이 얼어붙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손이 따뜻해질 줄을 모릅니다.
옆 사람 손은 따뜻한데 제 손은 시퍼렇게 감각이 없고 얼음장 같습니다.

손이 차면 연주를 망칠까 불안해지고
불안한 마음에 손이 다시 차가워지는
악 순 환

이 느낌을 굳이 묘사하자면,
영화 '설국열차'에서 차창밖으로 팔을 빼 얼린 후 처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와 같이 손발이 없어질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해옵니다.

수족냉증이라면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손이 얼어 연주를 망쳐 생긴 트라우마는 수두룩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저만의 고충이자 제가 평생 짊어져야할 짐입니다.

하지만 어찌하겠습니까?
아름답게 연주해야겠지요.
어떤 조건에도 꾸준히 연주하겠지요. ^ㅅ^)m

이젠 덤덤하게 잘 대처하는 편이어서 다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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