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CD의 추억'이란 제목으로 드문드문 연재했던 글을 연말 특집으로 한 번 모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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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의 추억 #1
친구에게 빌려줬는데 케이스 안에 CD가 없다고 합니다.
CD의 추억 #2
친구에게서 CD를 빌렸는데 케이스를 열어보니 다른 CD가 들어있습니다.
CD의 추억 #3
지난 번에 빈 케이스를 빌려준게 미안해 이번엔 CD를 넣어 빌려줬는데
돌려받으니 다른 CD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CD의 추억 #4
CD를 감상용과 보관용으로 같은 것 2장을 동시에 구매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CD의 추억 #5
아끼는 CD를 들으려고 찾으면 꼭 만나서 돌려받기 힘든 사람이 그 CD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떠오릅니다.
CD의 추억 #6
휴대용 CDP에 CD를 넣었는데 갈아끼우기 귀찮아 한 달 내내 듣다가 노래를 모두 외우곤 했습니다.
CD의 추억 #7
'밀리언셀러 가수'하면 신승훈, 김건모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음반판매 백만장 돌파'라는 말은 21세기가 되면서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CD의 추억 #8
CD 비닐 포장에 붙어있던 스티커는 따로 잘라 북클립 사이에 보관합니다.
케이스 옆면을 감싸고 있던 종이도 고이접어 함께 보관합니다.
CD의 추억 #9
CDR의 보급으로 좋아하는 노래만 모아 나만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제작해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그 CD를 음악 좋아하는 친구 또는 관심있는 이성에게 선물하는 문화도 있었습니다.
CD의 추억 #10
휴대용 CDP에는 '안티-쇼크(Anti-Shock)' 기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능을 켜두면 배터리 소모가 빨라 그 보완책으로
AAA건전지 두 개가 들어가는 보조 배터리팩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CD의 추억 #11
2CD (혹은 Double CD) 세트 중 1번 CD의 행방이 묘연하여
(전에 CD를 빌려갔다가 케이스만 돌려준) 전적이 있는 친구를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2번 CD라도 듣자'며 CDP를 열었을 때 그 의심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친구를 의심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1번 CD는 CDP에 고이 걸려있었습니다.
CD의 추억 #12
기억나세요? ^^
CD의 추억 #13
선물 받은 CD를 꺼내 '재생'하면 선물해 준 사람에 대한 기억, 관련된 추억 까지 '재생'하게 됩니다.
CD의 추억 #14
예전에 광화문 교보에서 CD를 사면
전철역 벤취에 앉아 포장을 뜯고 가방에서 휴대용 CDP를 꺼내 바로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CD의 추억 #15
mp3 리핑이 없던 시절, 부모님들은 단순히 물리적인 방법으로 자녀를 유해한(?) 음악으로 부터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CD를 부러뜨리거나, 칼로 CD표면을 긁어 자녀가 'Gangster's Paradise'를 듣지 못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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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이란 것이 점차 무형의 매체로 바뀌어가는 요즘 CD를 선물해도 들을 방법이 없다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음반이 물리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을 때 더 관심을 갖고 더 정성을 들이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젊은 세대들은 음악을 어떤 방식으로 감상하고 공유하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모아 친구에게 선물하던 문화는 지금은 사라져버려 아쉬운 문화입니다.
이런 문화가 현재는 어떤 형태로 변화되어 숨쉬고 있을까요?
유튜브 링크를 타임라인에 올리는 것? 멜론이나 벅스의 쿠폰을 선물하는 것?
매체가 어찌되었건, 방법이 어찌되었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음악의 본질을 잃지 않길 빕니다.
또 그 과정에 '음악'과 '낭만'이 함께 하길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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