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nolog

적반하장 (賊反荷杖) - 크라잉넛 & 씨엔블루 그리고 허리케인 블루

by moonyong 2013. 2. 15.

적반하장

예전에 싸이월드를 하던 시절,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진에 취미를 붙이게 되어 자주 사진을 찍어 올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촬영한 사진을 우클릭으로 저장하여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본인의 미니홈피에 올리는 일촌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밥상에 숟가락 얹 듯 글 까지 붙여 게시했는데,
저 보다 연장자인 데다가, 자주 마주쳐야 하는 사람이어서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였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굳이 이야기를 꺼내봐야 자칫 '쪼잔한 사람'으로 여겨지기 쉬운 데다가
오히려 역공을 당할 가능성도 있어
불편한 마음을 숨기며 살아야 했습니다.

(그 분은 후에 군대에 가서 저와 드러머 형님과 함께 작업했던 곡의 작곡가를 사칭하다가 들킨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군대에서 치는 뻥은 대한민국 대다수 남자의 공통 사항이라니 이것은 별개의 이야기로 두겠습니다.)

현명한 옛 어른들이 네 글자로 압축해 남긴 적반하장 (賊反荷杖)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올라온 씨엔블루 관련 기사를 보아하니 그 말이 잘 들어맞습니다.

이것은 엊그제 딴지일보에 올라온 기사에 대응하는 기사인 것으로 보입니다.

씨엔블루라는 아이돌 그룹이 크라잉넛의 노래에 맞추어 립싱크한 영상이
버젓이 DVD로 발매되어 해외에 유통되고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표절도 아닌, 샘플링, 리메이크나 커버도 아닌 
다른 뮤지션의 AR에 립싱크 - 
>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연주하는 새로운 형식을 개척하려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뮤지션의 곡을 연주하는 공식적인 경로들과 
이번 사태와 관련되어 이뤄진 (연주라 부를 수도 없고 퍼포먼스라 부르기도 민망한)형태는
'원작자의 음악을 진심 아끼고 그 뮤지션을 존경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원작자에게 금전적인 혜택이 돌아가는가?'의 문제는 
'그러한 존경심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표현되었는가'의 문제겠지요. ^^)

한 때 립싱크 개그로 이름을 날린 '허리케인 블루'가 생각 납니다.
하지만 그들은 음악을 진정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고,
또 그런 만큼 음악을 꼼꼼히 분석하여 표현을 극대화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곡에 대한 정보를 밝혔습니다.


<허리케인 블루>

이미지 출처 : '허리케인 블루'로 구글 이미지 검색



만약 이번 일과 같은 상황에서 진심으로 음악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다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 DVD를 발매할 때 해당 부분을 삭제할 것을 요청했어야만 했습니다.
그것이 힘들었다면 해당 뮤지션과 소속사에 연락하여 양해를 구했어야 옳습니다.

그렇게 했다면 오히려 양심 있는 개념 연예인이 되어 선배에게 사랑 받는 후배가 되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들이 (간절히 원했으나 기어코 인정받지 못한) '인디(출신)밴드' 타이틀 비슷한 타이틀을 달게 되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90년대 말 인디밴드의 대표격인 크라잉넛에 대한 배려와 존경이 느껴지지 않는 행보
자신들이 인디씬과 무관한 사람들임을 직접 밝힌 것과 다름 없어 보입니다.

아무튼 지난 '와이낫'의 '파랑새' 관련 일도 있었던 데다가
이번 '크라잉넛'의 '필살 오프사이드' 일 까지 겹쳐
씨엔블루와 인디씬은 여러 모로 껄끄러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이의 창작물을 존중하지 않으면
본인의 창작물도 존중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함께 힘을 합쳐 진정 음악의 가치를 인정받는 환경을 만들기에도 부족한 상황에
스스로 그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하고 있는 씨엔블루와 그 관련인들은
부끄러움을 알고 반성하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되겠지요.

대한민국에서 염치 없는 사람이 고개 들고 돌아다니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마무리 지어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