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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

처용신화를 읽고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2. 26.
어떤 이가 저지른 잘못을 스스로 뉘우치게하여 마음까지 고쳐먹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처용가 보기]...블로그 링크


처용신화에 나오는 역신은 '다리가 넷인데 이를 어찌하냐'며 약한 모습을 보이는 처용의 노래를 듣고서는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치고 처용과 비슷한 것만 보여도 가까이 하지 않겠다 합니다.
(그래서 이후에 처용은 문 앞에서 역신을 막는 문신(門神)이 됩니다.)

잠깐, 역신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그렇다치고, 처용가의 내용을 그대로 현재 시점으로 옮겨봅시다.

> '남편이 밤 늦게 놀다가 귀가했는데, 침대에 누워있는 아내의 다리가 넷이다.'

다음은 어떤 상황이 될지는 뻔합니다.
뭐하는 짓이냐, 니가 그러고 다니는데 나보고 어쩌란 거냐, 뭐 하는 자식이냐, 죽일까 말까, 죽네 사네, ......
서로 남을 탓하기에 바쁘며, 미움과 반감, 복수심 등이 생겨나겠지요.

하지만, 처용은 다릅니다.
멱살 붙들고 싸우는게 아니라 대신 슬쩍 망신을 줍니다.
그렇게 한 데에는 아내를 두고 밤 늦게 돌아온 자신에 대한 반성도 섞여있겠지요.
(큰 소리 칠 입장은 아니라 이겁니다.)
'밤 늦게 들어온 나도 잘못은 했어. 그런데 지금 여기서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라고
스스로의 잘못을 쿨하게 먼저 인정하고 시작합니다.
만약 큰소리치며 공개적으로 크게 망신을 주었다면 철천지 원수가 될 수 있는 일입니다.

현재 영화나 만화, 무협지 등에서 우리는 복수의 구조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스스로 화를 누그러뜨리기 보다는 화를 더욱 불태우곤 하지요.
그러다가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고, 또 화를 못이겨 평생 복수심에 사로잡혀 살기도 합니다.
자기 스스로 한 일을 먼저 돌아보지는 않습니다.

관용은 자신을 돌아보는 일 부터 시작됩니다.
그러고 나면 상대를 너그러이 용서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의 잘못을 용서받으려면 상대를 먼저 용서해야 하는 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용의 자세를 지니고 산다면 삶의 각박함은 줄어들 것 같습니다.

처용신화는 현대인들이 어떤 중요한 가치를 잃고 살아가는지 말해주기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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