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알던 지인이 피아노 전공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서 재즈쿼텟 결성해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홍대의 재즈 클럽에서 공연을 한다기에 찾아갔다.
내가 언제 재즈 공연을 이렇게 집중해서 본 적이 있었던가-?
갈등과 해소가 끊임없이 일어나 전신에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지나친 집중으로 미간이 당겼으나, 그 때 마다 맥주 한 모금으로 해결했다.
10년 전인가, 그 분의 연주를 본 적이 있다.
공연 보는 동안 당시의 장면이 오버랩 되었다.
생긴 모습이야 오랜만에 봤을 뿐 예전과 별 다른 변화를 못 느꼈지만,
연주는 마치 다른 사람 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정말 주마등 처럼 내 지난 10년의 세월이 눈앞을 스쳐갔다.
나는 무엇을 좇고 있던 것일까?
그 동안 무엇을 쌓아왔는가?
내 꿈에 충실했는가?
나에게 반문했을 때 아무 답도 할 수 없어 부끄러워졌다.
답해봐야 핑계거리일 것이다.
잠시 내 음악을 비하하며 자책하기도 했지만, 후회는 후회일 뿐.
내가 뒤를 돌아볼 타이밍은 아닌 것 같다.
오늘 본 연주는 잘 계획되어 세워진 세련된 도시의 맛이 났다.
반면 나의 연주는 다소 삐뚤삐뚤하고 들쑥날쑥한 자연발생적인 도시 같다.
하지만 골목골목 사연이 묻어나는 느낌의 음악이라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 평가내리는 일이 웃긴 일인 것은 안다.
하지만 사람은 본래 자기합리화를 해서라도 마음의 역경을 이기고자 하는 법이다.
자, 이제 거짓말이 아님을 증명하는 게 내 숙제이다.ㅋ)
음악인이 기본적으로 똘기를 내포하고 있다지만,
TV쇼 진품명품과 가요무대를 즐겨 본다니 참 특이한 재즈인이다.
하지만 나는 어린 시절부터 본의 아니게 가요무대를 섭렵한 사람.
내가 좋아하던 노래 -'아리조나 카우보이'는 모르더라ㅋ
그리고 역시 본의아니게 일요일이면 전국노래자랑을 보게되었는데,
그 덕에 지금도 난 어르신과 전국노래자랑도 잘 볼 수 있다.
(전국노래자랑은 음악적 규칙에 어긋나는 돌발 상황이 많은지라 전공자들은 보기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배울 것이 참 많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오늘 함께 공연을 보러간 사람들도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어서 무척 반가웠다.
어린 시절 부터 알던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어 좋았다.
모두 똑같고 그냥 시간만 흐른 것 같다.
그러나 인셉션?? ㄷㄷㄷ
아침에는 참 구린 스타트였으나
음악에 좋은 느낌을 받아 마무리가 감동적이다.
이어지는 잠자리에서 좋은 꿈을 꿀 것 같다.
모두들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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