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때, 집에 한 자리를 차지하던 골동품 음치피아노를 살려내면서 나는 자연스레 클래식 음악에 빠지게 되었다.
당시 내가 접할 수 있던 클래식이란 굉장히 한정된 것이어서, 집에 있던 피아노 소품 앨범 몇 개가 고작이었다.
당시엔 정말 피아노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서
다양한 음악을 접하기 위해 심야음악프로그램을 찾아보게 되었다.
바야흐로, 올빼미가 된 것이다. - 음악하는 사람들은 이래서 올빼미가 될 수 밖에 없다.
그 시간에 식구들이 깰까 겁나 볼륨을 줄이고 가슴을 졸이며, 그리고 졸린 눈을 참아가며 보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좋은 곡은 다시 듣고 싶어 녹음을 했는데, 그 땐 녹음하는 법도 잘 몰라 카세트 내장 마이크를 TV스피커에 바짝대고 녹음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네^^;)
녹화를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참으로 기구하게 우리집은 VTR도 없는 시대에 뒤떨어진 집이었다.
글세, '많은 영상들을 접하며 자란 영상세대'라는 말은 나에겐 해당되지 않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VTR이라니...그런 럭셔리한 기계를...^^;)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정말 좋은 세상이 왔구나 생각이 든다.
바로 YouTube라는 녀석인데, 클래식을 검색해서 들을 생각을 왜 이제서야 한 것인지 모르겠다.
정말 좋다. 이렇게 편하게 영상과 함께 클래식을 즐길 수 있다니.
나 같은 녀석이 쉽게 접하지 못했던, 귀한 자료들을 이렇게 쉽게 볼 수 있다니.
이건 아마도 레코드의 발명 이래 최고이 혜택이 아닐까 싶다.
나같은 서민이 고귀한 음악을 듣다니, 레코드 발명 이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을 것이다.
있는 자들과 귀족들의 전유물이던 음악을, 약간의 비용만 지불하면
집안에서 쉽게 감상할 수 있게 만든 레코드의 영향은 가히 혁명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젠, 무선이든 유선이든 랩탑이든 스마트폰이든
인터넷만 연결되면 자유로이 검색하고 감상할 수 있다니 이 또한 입이 떡 벌어지는 변화다.
"정말 이렇게 막 퍼줘도 되요?" ^^
비용으로 따져본다면 음악의 가치는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바램이 있다면, 그렇게 자유로이 즐길 수 있게 된 만큼 리스너들이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많이 듣게 되는 만큼, 진정한 음악의 가치에 눈을 뜨게 되었으면 좋겠다.
음악감상을 대중적으로 보급시켰던 처음의 목표는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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