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운 서양음악사를 읽다가 중세에서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를 않아,
얇은 책으로 골라 수박겉핧기를 일단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던 중 눈에 띄는 대목이 있어 발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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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와 헨델, 같은 독일에서 같은 해 태어난 이 두 음악가는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많아 서로 비교, 대조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두 사람의 비슷
한 점으로는 모두 부지런해 일생 동안 많은 작품을 썼다는 것, 만년에는 시력을
잃었다는 것, 바하가 65세, 헨델이 74세로 당시로서는 장수를 누렸다는 것 등
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사실 두 사람 사이에는 비슷한 점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바하는 음악 명문가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음악가의 길을 걸었
으나 헨델의 혈통에는 단 한 명의 음악가도 없었다. 바하는 일생 동안 한번도
독일 밖에 나가본 적이 없었는데 헨델은 유럽 각국을 제집 드나들듯이 한 코스
모 폴리탄이었고 끝내는 영국에 귀화하기까지 했다.
바하는 재혼해 두 부인 사이에 모두 20명이나 되는 많은 자녀를 두었는 데
비해 헨델은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 바하는 독실한 프로테스탄트 신자로서 경
건한 신앙심을 간직하고 오로지 하느님에게 봉사한다는 신념으로 많은 종교곡
을 썼지만 헨델의 종교곡은 다분히 극적인 무대효과를 노리는 것들이 많았다.
바하는 부지런히 일해 정당한 수입으로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한 반면 헨델은
도박을 좋아했고 투기적인 흥행에도 꽤 열성적이었던 탓에 경제적으로 기복이
심했다. 바하는 완고할 정도로 의지가 강하면서도 가정적으로나 대외적으로 원
만한 인간관계를 지켰으나 헨델은 감정 표출이 격렬해 적을 많이 만들었다.
이렇듯 바하와 헨델 사이에는 본질적이라고 할 만큼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
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차이점은 바하의 음악에는 고도의 논리성이 내재되어
있어 세월이 갈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데 비해 헨델의 작품들은 그가 살아 있을
때는 굉장한 인기를 누렸으나 세월이 흐를수록 퇴색해 간다는 것이다. 현재 헨
델의 작품은 공연 레퍼토리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출처 : 「재미있는 음악사 이야기」신동헌 지음, 1997 서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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