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로 강연을 다니며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꿈을 물어보게 됩니다. 아이들은 좀체 자기의 꿈을 말하지 않다가 조금 보채기 시작하면 하나 둘 꿈을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의 꿈은 대개 네 가지 정도로 나누어집니다. 하나는 의사가 되는 게 꿈이고 또 다른 하나는 판사나 변호사가 되는 게 꿈이고, 또 하나는 교사가 되는 게 꿈이고, 하나는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공무원이라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꿈을 이루면 무엇이 좋으냐고 물어봅니다. 모두들 하나같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합니다. 돈을 많이 벌어 부모님께 효도한다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합니다. 옛날 우리들이 학교 다닐 때 훌륭한 사람이 되어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고 물어보면 우리들은 하나같이 모두 조국과 민족을 들먹였지요. 공허한 빈말이었지요. 그렇지만 나는 빈말이라도 좋으니, 지금의 아이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기를 기대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태까지 단 한명도 그런 '공공의 꿈'을 말하는 학생은 없었습니다. 나는 또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을 물어봅니다. 모두들 입을 모아 홍익인간이라고 큰 소리로 대답합니다. 그러면 홍익인간이란 무슨 뜻이냐고 물어봅니다. 하나같이 모든 인간에게 널리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아주 잘 배운 아이들의 이 정답과 꿈은 어쩌면 그렇게도 그 속과 겉이 다른지 나는 놀랍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이념이 있습니까?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은 서울대지요. 인간들의 위대한 꿈과 이념이 사라진 자리를 차지한 것은 왜소하고 치사한 개인이지요. 나만 잘되면 된다는 아주 쩨쩨하고 이기적인 욕심뿐이지요. 우리나라 학부모님들이나 학생들의 꿈이 하나같이 의사요 판사요 교사요 공무원이라는 현실이 나를 부끄럽게 합니다. 우리를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어버리지요. 어쩌면 이 세상에 태어난 한 인간의 꿈이 겨우 의사가 되는 것이란 말입니까. 도대체 언제부터 이 나라 어머니들의 한결같은 꿈이 자기 딸이 교사가 되는 것인지, 생각하면 그 꿈이라는 것이 참으로 초라하기만 합니다. 얼마 전에 하버드대와 예일대와 MIT 대학을 다녀왔습니다. 그 학교에 다니는 한국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아이비리그'에 다니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여러가지 문제 중에서 큰 문제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하나같이 하버드에 들어오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인생의 꿈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이 더디고 힘들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정답이 딱 하나밖에 없는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학생들이 하나의 정답을 찾느라 헤맨다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토론에 약하고 에세이에 약하다는 것입니다. 토론과 에세이는 늘 새로운 사고와 창조정신을 요구하지요.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종합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창조적인 사고와 학습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한다는 것이지요. 꿈이 의사요 교사요 판사인 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지요. 또 개인의 꿈을 누가 간섭할 바도 아닙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꿈이어서 대통령이 되면 무엇합니까. 정말 백성과 세상 사람들을 위한, 아름답고 훌륭하고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국민들의 환호를 받는 좋은 대통령이어야지요. 대통령이 꿈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는 것도 인생의 한 과정이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의사가 꿈이 아니라 훌륭한 의사가 꿈이어야지요. 한 나라의 모든 학생들이 '직업'이 꿈인 나라는, 그 나라 사람들 모두 불쌍하고 초라하게 합니다. 점수를 가지고 이리저리 뛸 입시철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열중하게 되고 잘하게 되어 사회에 나가 자기의 몫을 찾을 것입니다. 직업인이 아닌 창조적인 삶을 살 길을 지금 찾을 때입니다. 세상을 가슴에 다 안고 사는 큰 산 같은 사람이 되도록 우리 교육의 큰 그림을 그릴 때입니다.
- 김용택,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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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한 친구와 '인생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나의 꿈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는 훌륭한 곡을 쓰는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뜻 밖의 반응이 돌아왔다.
그런 '허황된 꿈' 말고 좀 더 현실적인 목표가 없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훌륭한 음악가'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뭔가 탐탁치 않아하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너의 목표는 무엇이냐고- "풍요로운 경제환경, 좋은 집과, 좋은 차, 좋은 환경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것은 '부수적인 목표'내지 '목표에 이르기 위한 수단'이 아니더냐 반문했으나 오히려 내가 현실성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결국 서로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하고 대화는 종결되었다.
이제껏 목표는 종착지이고, 그곳을 향해 가는 것은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돈 많이 벌면 대체 어디로 가시려고...
내가 바보이고 순진한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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