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 중인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 님의 신간 [음악편애]를 완독했습니다. [음악편애]는 2014년~2018년에 걸쳐 민중의 소리 ‘서정민갑의 수요뮤직’을 통해 소개한 80종의 음반을 다루고 있습니다.
완독이라고 하나, 귀로는 책에 실린 음악을 듣고 눈으로 책을 본 격이라 정독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본래의 목표는 하루 한 챕터를 읽고 그에 해당하는 앨범을 정주행 하는 것이었지만, 그렇게 하기에 해야할 일들과 또 다른 책들이 쌓여있어 방법을 변경해야만 했습니다. 책에 처음으로 등장한 덕분에 어어부프로젝트의 [탐정명 나그네의 기록]은 앨범 전곡을 들었습니다만.
우선 책에서 소개한 곡들을 모아 애플뮤직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그 플레이리스트를 걸어둔 채, 플레이 중인 곡에 해당하는 챕터를 비슷한 속도로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때로는 앞서거나 뒤쳐지곤 했는데, 한쪽이 지나치게 앞서나갈 땐, 노래를 멈추거나 책 읽기를 멈추었습니다.
애플뮤직에 유통하지 않는 곡들은 부득이 하게 빠지게 됐습니다. 그럴 땐 유튜브를 이용해 감상했습니다. 책에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유튜브로 연결된 QR 코드를 함께 제공하고 있는데, 그것을 모아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생성한 애플뮤직 플레이 리스트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렇게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보니, 2014년~2018년 한국 대중음악을 모은 하나의 훌륭한 컴필레이션 앨범이 되었습니다. [음악편애]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재생목록에는 서정민갑 님의 음악 취향이 드러났습니다. 다양한 음악을 다루려 노력하신 흔적이 보이나, 대체로 어쿠스틱 기반, 포크 취향이며 담담하고 편성이 간결한 것을 선호하시는 듯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인상이며, 아닌 것들도 있습니다. 아무튼 괜찮은 곡들이 모인 컴필레이션 앨범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서정민갑 님의 글에서는 마치 과학수사의 기법으로 음악을 '저지른 자’의 의도를 복기해보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장필순 님의 추천사의 제목이 ‘마음을 들여다보려 애쓰는 평론’인 것은 우연이 아닌 듯 합니다. 다만, 분석적인 내용을 담은 문단은 추상적인 단어 비중이 높아 술술 읽어 나가기는 다소 어렵다는 인상입니다. 음악을 말로 풀어내기란 미술을 무용으로 표현하는 것 만큼 어려운 법입니다.
좋았던 점은 '아, 한국에 이런 노래들도 있었구나!’라며 발굴하는 재미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책에 실린 뮤지션 중 이름을 알거나 들어 본 뮤지션은 대략 절반을 넘지 못하는데, 그 중 실제로 들어본 음반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음원 서비스 메인에 걸리거나, 차트에 오르거나, 방송을 타지 않는 이상 음악을 널리 알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대부분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앨범을 다루시는 듯 합니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음악을 발굴해내는 음악평론가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계신 터라 진심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실제로, 단편선과 선원들의 ‘뿔’과 같은 작품은 ‘수요뮤직’ 덕분에 당시 실제로 접하게 된 음악입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앨범 출시일자 내지 글을 발표한 날짜를 함께 표기 했었다면 시간적 배경으로서 본문을 이해하는데 보다 친절한 책이 됐을 듯 합니다. 물론, 본문을 통해 대략 유추는 가능합니다. 그리고 최근 시력저하와 장시간 책을 들고있는 신체적 고통을 덜기 위해 점차 e-book의 TTS기능을 선호하게 되는데, 책이 두터운 편이라 e-book 버전도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저는 한국대중음악이라는 넓다란 지도에 어떠한 타깃을 향해 던지고 있을까요? 책을 통해 서정민갑 님께서 저에게 남겨주신 질문입니다. 더러는 눈을 감고 던져도 잘 맞추는 천재들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게 저는 아닐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저는 계속 들려드릴 것입니다. 그러니 계속 써주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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